내 자신도 인생에서 가장 생각없이 그저 자유와 즐거움이 가장 컸던때는 스무 살이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스무 살을 알차고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성인이 된 인생의 첫 줄에 아름답게 기억 될 것이다.〈스물〉은 청춘이란 이름 아래 온갖 실수와 고민을 반복하는 스무 살의 세 친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성장담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와 사랑, 꿈과 현실에 부딪히며 겪는 좌충우돌은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자유를 얻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불안한 나이, ‘스물’의 감정은 현실적인 대사와 캐릭터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된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청춘의 찬란함과 씁쓸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줄거리
잘생긴 얼굴에 여자 복은 넘치지만 책임감은 부족한 ‘치호’(김우빈), 모범생이지만 속은 음흉한 ‘경재’(강하늘), 꿈은 없지만 그림만 그리는 ‘동우’(이준호). 이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맞이한 스무 살, 인생이라는 전혀 새로운 무대에 들어선다.
치호는 대학교도 가지 않고 하루하루 여자들과의 썸에 몰두하며 자유를 즐기고, 경재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였던 수아(정소민)와의 미묘한 감정에 혼란스러워진다. 동우는 가난한 집안 사정 속에서도 만화를 그리는 꿈을 포기하지 않지만, 현실은 그를 점점 구석으로 몰아간다.
이들은 연애, 아르바이트, 가족, 꿈, 우정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며 서툰 선택과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만 그런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진짜 ‘스무 살의 의미’를 찾아간다.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웃고 떠드는 코미디가 아니라, 인생의 가장 빛나고 불안정한 시기를 보여주는 청춘의 초상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 친구의 현실
〈스물〉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에 있다. 세 명의 친구는 각기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졌지만, 누구 하나 특별히 비현실적이지 않다. 치호는 보기엔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플레이보이지만, 그 안엔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 미숙함이 있다. 경재는 부모의 기대와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적 감정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전형적인 청춘이다.
동우는 가장 현실적인 청춘의 초상이다. 하고 싶은 건 있지만 돈이 없고, 노력은 하지만 사회는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특히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꿈을 향한 갈망과 포기의 갈림길에 서는 그의 모습은 많은 20대들에게 큰 공감을 준다.
영화는 이 셋을 통해 청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같은 나이지만 전혀 다른 고민, 전혀 다른 선택, 그리고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이들의 우정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이며, ‘같이 웃고 같이 무너지는 청춘’이라는 진리를 보여준다.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청춘의 초상
〈스물〉은 대사와 상황, 연기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그 안에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정말로 자유로운 걸까, 아니면 책임 없는 혼란일까?” 이런 질문들은 영화 속 장면마다 은근히 녹아 있고, 관객들은 웃다가도 씁쓸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알바하다 해고당하는 동우, 자존심과 성적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재, 사랑은 하되 책임지지 않는 치호 등은 그 나이의 남자들이 실제로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이 영화는 청춘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불안정함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청춘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처받고, 후회하고, 미련 남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스물〉은 웃기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웃고 나서도 오래 남는 영화다.
느낀 점
〈스물〉은 지나온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청춘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스무 살엔 철없었고, 무모했으며, 그래서 오히려 가장 뜨거웠다. 이 영화는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겐 추억을, 지금 그 나이인 이들에겐 공감을, 아직 오지 않은 이들에겐 기대를 전해준다.
청춘은 한순간에 성숙해지지 않는다. 실수하고, 울고, 웃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이다. 〈스물〉은 그런 성장의 과정을 꾸밈없이, 그리고 유쾌하게 담아냈다. 웃음으로 시작해 울컥한 마음으로 끝나게 만드는 영화, 바로 그런 영화가 〈스물〉이다.